[기자수첩] 외국인 계절근로자 인권침해 심각하다

  • 등록 2025.08.06 01:3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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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농촌에는 일손부족을 겪는 농가들이 많다. 농사일을 비 선호하기도 하고 단기적 고용이 이루어지는 농업 특성상 사람 구하기가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이같은 문제해결을 위해 각 지자체는 외국인들을 초청해 농가에 단기 근로를 알선하고 있다.

 

충북 제천시의 경우, 지난 4월 8일 필리핀 MOU를 통한 96명과 결혼이민자 가족 초청을 통해 베트남 61명, 라오스 4명, 캄보디아 3명 등 모두 164명으로 구성된 외국인 계절 근로자들을 고용주들에게 알선했다. 이들은 5개월에서 최대 8개월간 지역 내 79개 농가에 배치되어 근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계절근로자들이 녹음한 파일에는 고용주 B씨의 폭언과 욕설이 담겨있었다.

 

베트남에서 온 여성 A씨는 올해 4월 충북 제천시 금성면 한 오이 농가에서 일하게 됐다. 이 농가는 지난해에도 외국인 근로자들을 채용한 바 있으며, 올해도 시에서 알선한 계절 근로자들을 고용했다.

 

얼마 전 A씨는 고용주 B씨에게 일하던 중 백허그, 엉덩이 만짐, 화장실까지 따라와 엉덩이를 잡는 등의 성추행과 함께 근로 중 수시로 폭언과 욕설을 들었다고 주장하며 제천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후 외국인 계절 근로자 유치업무를 담당하는 제천시 농업기술센터는 사실관계를 조사했지만, 양측 주장이 엇갈려 일단 경찰에 수사 의뢰를 요청한다고 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A씨는 고용주 B씨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근무를 시작했지만 계약한 사업장과 다른 곳으로 파견돼 근무하기도 했는데 제천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해당 업무는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장으로 서로 다른 사업체지만 오이 재배에 필요한 기구를 공동으로 제작하는 업무라 부득이 다른 사업장에서 작업한 것”이라고 고용주가 주장했다고 밝혔다.

 

또한, A씨를 포함한 다른 근로자들은 고용주들이 숙식을 제공해주는 조건으로 월 41만 원가량을 근로자들 임금에서 차감했는데 고용주 B씨가 무더위에 에어컨도 틀어주지 않고 음식도 상한 음식을 줬다고 근로자 A씨는 주장했다.

 

국제대회 연일 치른 제천시, 힘없는 외국인 계절 근로자들의 인권침해에는 침묵했다.

 

오이 농가 계절근로자들은 피해 사실을 제천시에 먼저 알리고 조치를 기다렸지만, 담당 부서인 농업기술센터는 사실관계 조사에 한계를 드러내며 수사 의뢰를 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단기로 체류하는 외국인들은 즉각적인 대처가 필요한 부분이었는데 담당 부서의 행정력은 무기력했다.

 

제천시는 근로자에 대한 폭언, 폭행, 성희롱 등 형사 사건이나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 발생 시 출입국 관서에 알리고 조치해야 했지만 그마저도 주저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현재 A씨를 포함 오이 농가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은 큰 충격을 받고 각자 초청 가정으로 돌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에는 국경이 없고 인권에는 예외가 없다.

 

지난 2월, 전남 지역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벽돌 쌓은 팔레트에 비닐로 묶어 지게차로 들고 조롱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서 “야만적 인권침해”로 표현하면서 관련 조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외국인 고용주를 포함, 관련 지자체들의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외국인들은 한국의 공공기관 소개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기대하고 왔을 터인데 상당히 우려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이 대표 발의한 “농어업고용인력 지원 특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앞서 통과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과 더불어 이번 개정안은 외국인 계절 근로자 정의 신설, 표준 근로계약서 도입, 임금 체불, 질병·사망 등 상황을 대비한 보험 가입 의무화, 공공형 외국인 계절 근로 사업장 지정의 법적 근거 마련 등이 포함돼 외국인 계절 근로자의 근로 여건이 상당 부분 개선될 전망이다.

김진 기자 kjcom6007@mfco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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