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는 그 도시만의 기억이 머무는 공간이 있다. 화려한 관광지가 아니어도 좋다. 오래된 골목일 수도 있고, 강가의 느티나무일 수도 있으며, 시민들이 무심히 오가던 다리 하나일 수도 있다. 안동시민들에게 영락교는 바로 그런 존재다.
1976년 산업기지개발공사가 발주했고, 삼부토건이 시공한 안동댐 바로 아래 위치한 반세기가 지난 다리다. 영락교는 단순한 교량시설물이 아니다. 수많은 시민의 삶과 시간이 스며있는 생활의 역사이며, 안동 정서를 이어온 기억의 통로다.
누군가는 그 다리를 건너 학교에 갔고, 누군가는 장터로 향했으며, 또 누군가는 삶의 무게를 안고 강바람 속을 걸었을 터이다. 세월이 흐르며 도시의 풍경은 변했지만, 영락교는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시민들의 희로애락 함께 견뎌왔다.
이곳에 안동시가 2억여 원을 집행해 지난 3월 17일 추진 중인 관광 거점도시 육성사업 일환으로 조형물 10개소를 만들어 화려한 빛의 터널을 만들었다. 단순한 경관 조성을 넘어 월영교 테마 거리와 연계한 야간 관광벨트를 구축했고, 머무르고 싶은 체류형 관광도시 서막을 올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효율과 개발 논리에만 익숙해져 있다. 오래된 것은 낡았다고 판단하고, 느린 것은 뒤처진 것으로 치부한다. 도시의 역사와 기억보다 경제성과 편의성이 우선되는 현실 속에서, 많은 지역들이 자신만의 정체성을 잃어 가고 있다. 안동 역시 예외일 수 없다.
도시는 건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도시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과 정서가 함께 존재할 때 비로소 ‘품격’이 생긴다. 특히, 안동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신문화의 도시를 자부해왔다. 유교 문화와 전통, 선비 정신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시민들 생활 속 역사와 감성을 외면한다면, 그것은 반쪽짜리 문화도시에 불과할 게다.
진정한 문화도시는 과거를 보존만 하는 도시가 아니다. 과거의 의미를 현재와 연결하고 미래 세대에게 전하는 도시다. 영락교는 거창한 문화재가 아니다. 그러나 시민들의 집단 기억 속에 살아있는 장소라면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문화의 본질은 화려함이 아니라 공감과 기억에 있기 때문이다.
행정 또한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개발과 정비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정서적 자산을 함께 고려하는 성숙한 시각이 필요하다. 도시의 품격은 얼마나 높은 건물을 세웠는가로 결정되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기억을 지켜냈는가에 따라 평가받는다. 역사를 품은 공간을 함부로 지우는 순간, 도시는 스스로 자신의 뿌리를 흔드는 셈이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더 빠른 개발보다 더 깊은 성찰이 중요하다. 영락교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애정 어린 시선 속에는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안동다운 안동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담겨 있을 터이다.
역사를 잃은 도시는 결국 길을 잃는다. 기억을 잃은 공동체는 미래 또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영락교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가치를 부여할 것인가는 단순한 교량 행정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안동이라는 도시가 앞으로 어떤 정신과 품격으로 남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그런 이유로 시민들은 오늘도 말한다. “안동시, 아! 영락교 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