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현재까지 인류가 고안한 정치체제 가운데 최상의 합리성을 띠고 있다는 평가다.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팔아 저질러지는 ‘악행’도 적지 않지만, 장점이 더 많기에 지금까지 지구촌 대부분 국가에서 채택해 나라를 운영하고 있다.
민주국가에서 지방자치는 기본적 민주주의, 이른바 풀뿌리 민주주의로 불린다. 세계화·분권화 시대에 지방자치는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지방정부 선출직들의 역할도 갈수록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분명한 건 지방정부 선출직은 봉사자이지, 위세 떠는 벼슬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자신을 뽑아준 주민들을 대신해 시·도, 시·군·구정이 잘 운영되도록 하는 주민의 대리인일 뿐이다.
■의장 되려고 망설임 없이 탈당·야합
조례를 제·개정하고, 예산을 심의·결정하며, 공무원과 지자체의 예산을 지원받은 시민사회단체의 업무를 감사하는 게 주된 업무다. 따라서 지방의원들은 도덕적으로 청렴하고 전문적인 역량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29년이 지난 오늘에도 변하지 않는 게 상당수 지방의원 자질론이다. 지방의원 하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감투싸움과 비리, 막가파식 언행, 외유성 해외연수 등이 연상되는 현실이다.
이번엔 민선 9기 지방의회가 출범했지만, 의장이 되려고 탈당·야합을 거리낌 없이 저지르고 있다. 시민이 준 권력을 ‘감투’와 바꾸는 기초의원들이 적잖다. 각지에서 감투싸움과 야합이 횡행해 유권자들을 위한 활동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당선증 잉크’도 마르지 않았는데 선거로 표출된 민심을 거스르는 행태가 잇따르는 것이다. 시장·군수가 부럽지 않은 의장직을 둘러싼 다툼이 정치 도의를 거스르는 행태로 이어지고 있다.
1일 출범한 제10대 경기 동두천시의회는 애초 더불어민주당 4석, 국민의힘 3석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임현숙 민주당 의원이 기습 탈당해 ‘무소속’으로 전반기 의장에 오르고 부의장은 송흥석 국민의힘 의원이 됐다.
민주당 쪽으로선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는 이 결과는, 임 의원과 김재수 의원을 놓고 한 민주당 의원총회 투표에서 비롯됐다. 2 대 2 동수가 나오자 민주당 경기도당 쪽이 연장자 우선 관행에 따라 김 의원을 밀기로 했다. 그러자 임 의원은 의장직 투표 직전 탈당을 선언하고서는 국민의힘 의원들 지지로 4표를 얻어 의장직에 올랐다.
동두천처럼 의석수가 적기 때문에 1석이 당락을 가르는 기초의회에서 의장직을 차지하려고 상대 당과 붙은 사례는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4석으로 1석 많은 다수당인 충북 증평군의회에서는 장천배 의원이 당내에서 다른 후보를 내기로 했지만, 출마를 강행해 국민의힘 지지로 의장이 됐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하며 본회의에 불참하는 등 파행을 겪고 있다.
서울 양천구의회에서도 국민의힘 임옥연 의원이 같은 당의 다른 의원 8명이 모두 기권했는데도 10표를 얻어 의장이 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9명씩 동수인데 민주당이 상대 당 후보에게 몰표를 준 것이다. 국민의힘 쪽은 “민주당 의원 전원이 국민의힘 소속 임 의원에게 투표한 것은 그 과정과 배경에 대한 심각한 의혹을 자초”한 것으로 선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시민이 부여한 신성한 권력을 개인 영달에 써
민선 8기 전국 지방의회(243곳)의 77.3%가 수사받은 부끄러운 모습이 9기에서도 재연될까 우려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항공권 부풀리기’ 등 국외 출장 과정에서 예산을 빼돌린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지방의회가 전국 188곳에 달했잖은가.
각지 지방의회가 민생 현안은 뒷전으로 미룬 채 감투를 향한 탐욕과 배신, 독식과 대립으로 첫걸음을 내딛고 있어 걱정된다. 시민이 부여한 신성한 권력을 개인의 정치적 영달과 감투를 위한 거래 수단으로 삼은 나쁜 정치 행위를 지방의원들이 버젓이 보이고 있다. 시민들이 지방의원 주민소환이라도 해야겠다는 여론을 직시하길 촉구한다.
지방의원들 모두 평범한 시민 수준의 윤리성부터 먼저 갖춰야 할 것이다. ‘경행록’은 이렇게 훈계하고 있다. “남을 나무라는 이는 그 사귐이 바르지 못하고, 자신에게 관대하게 용서하는 자는 제 허물을 고치지 못한다(責人者不全交 自恕者不改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