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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481억 쏟아붓고 골목은 쓰레기장, '의림동 도시재생'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아트뮤지엄·콘텐츠 창작소·미디어내일센터에 286억 원 투입
연면적 2906㎡ 시설 3곳에 자체 주차 19면, 시는 60면 추가 검토
쓰레기 적치·불법주정차 뒤엉킨 골목, 생활SOC 확충은 뒷전

 

제천시가 481억8700만 원을 투입하는 의림동 도시재생사업이 본격적인 시설 조성을 앞두고 있다. 아트뮤지엄과 콘텐츠 창작소, 미디어내일센터를 중심으로 문화예술 거점을 만들고 쇠퇴한 원도심의 기능을 회복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사업 대상지는 제천고속버스터미널과 시외버스터미널을 중심으로 차량과 보행자가 몰리는 반면 도로가 좁고 주차공간이 부족한 곳이다. 골목 곳곳에는 생활쓰레기와 폐가구가 쌓여 있고 불법주정차 문제를 둘러싼 상인과 행정의 갈등도 드러나고 있다.

 

수백억 원을 들여 새로운 건물을 세우기 전에 이곳을 살아가는 주민과 상인, 터미널을 이용하는 외지 방문객이 매일 마주하는 골목부터 되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481억 투입해 문화예술 거점 조성"

 

제천시의 의림동 도시재생사업은 의림동 25-24번지 일원을 대상으로 2024년부터 2027년까지 추진된다.

 

총사업비는 481억8700만 원이다. 국비 180억 원과 지방비 120억 원, 부처 연계사업비 50억 원, 자체 시비 106억5100만 원, 민간자본 25억3600만 원이 투입된다.

 

제천시는 쇠퇴한 의림동의 중심기능을 문화예술 중심으로 전환해 ‘재생형 문화도시’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예술의전당과 연계해 문화와 콘텐츠, 미디어 기능을 원도심에 집중시키는 지역특화재생 방식이다.

 

핵심은 아트뮤지엄 林과 제천 콘텐츠 창작소 作, 미디어내일센터 등 3개 거점시설이다.

 

 

아트뮤지엄은 사업비 113억7800만 원을 들여 지하 1층·지상 3층, 연면적 1244㎡ 규모로 건립한다. 콘텐츠 창작소에는 119억8800만 원이 투입되며 지하 1층·지상 3층, 연면적 1135㎡ 규모로 계획됐다.

 

미디어내일센터는 사업비 52억5900만 원을 들여 지상 4층, 연면적 527㎡ 규모로 조성한다. 커뮤니티 라운지와 임대형 업무지원공간, 공유작업공간, 휴게공간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3개 건물에 투입되는 사업비만 286억2500만 원이다. 전체 사업비의 59.4%에 달한다. 여기에 미디어특화가로 조성 19억4700만 원과 폭우·폭염·폭설 대응 인프라 구축, 목재친화도시 조성사업 등이 함께 추진된다.

 

제천시는 2023년 9월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공모에 선정된 뒤 같은 해 12월 사업부지 보상을 마쳤다. 2024년 3월 충북개발공사와 위·수탁 협약을 체결했으며 2026년 9월 현재 3개 거점시설은 설계 단계에 있다.

 

사업 종료 시점은 2027년 12월이다. 남은 기간 안에 설계와 인허가, 공사까지 마무리할 수 있는지를 비롯해 시설별 운영 주체와 프로그램, 연간 운영비를 누가 부담할 것인지도 앞으로 확인해야 할 과제다.

 

"도시재생인가, 건축사업인가"

 

도시재생은 낡은 건물 몇 채를 허물고 새로운 건물을 세우는 사업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인구 감소와 상권 침체, 주거환경 노후화로 쇠퇴한 지역에서 주민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고 공동체와 지역경제 기능을 함께 회복하는 것이 본래 목적이다.

 

특히, 주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주차장과 보행로, 쓰레기 배출시설, 돌봄·복지·문화공간 등 생활SOC는 도시재생의 기초가 된다. 시설을 지었다는 사실보다 그 시설이 주민의 불편을 얼마나 줄이고 주변 상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가 중요하다.

 

 

제천시는 의림동 사업이 주거지지원형이 아니라 예술의전당과 연계한 문화예술 중심의 지역특화재생이라는 입장이다. 모든 주거·생활환경 문제를 하나의 도시재생사업에 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문화예술 거점을 조성해 새로운 방문객을 끌어오겠다는 방향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문화시설을 찾은 사람이 건물 안에 들어가기 전 어떤 도시를 먼저 만나게 되느냐는 점이다.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골목을 돌고, 쓰레기 더미와 불법주정차 차량 사이를 지나야 한다면 수백억 원짜리 건물의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시설 3곳에 자체 주차장은 19면"

 

사업카드에 따르면 세 거점시설의 전체 연면적은 2906㎡에 달하지만 자체 주차계획은 모두 합쳐 19면에 불과하다.

 

아트뮤지엄은 12면을 계획했다. 콘텐츠 창작소는 당초 12면에서 6면으로 절반이 줄었다. 미디어내일센터는 당초 인근 주차타워를 이용하는 방식에서 옥외 1면을 추가하고 나머지는 기존 주차타워를 활용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새로운 주차 수요를 만드는 시설들이 기존 주차타워에 의존하는 구조다. 인근 주차타워는 도시재생시설이 들어서기 전부터 주민과 상인, 기존 도심 방문객이 이용하던 시설이다. 현재 이용률과 시간대별 여유 면수에 대한 검증 없이 이를 새 시설의 주차대책으로 제시한다면 기존 수요에 신규 수요를 얹는 것에 불과하다.

 

 

직원과 입주자, 강사, 전시 관계자, 방문객 차량까지 고려하면 19면으로 시설 운영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전시와 교육, 미디어 행사가 동시에 열릴 경우 예상되는 최대 방문 차량과 주변 도로에 미칠 영향도 제시되지 않았다.

 

더구나 이 일대는 시설이 들어서기 전부터 주차난이 심각하다. 현장에서는 좁은 도로 양쪽에 차량이 늘어서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상가 앞에는 ‘상가 앞 주차단속 결사반대’라고 적힌 현수막까지 내걸렸다.

 

주차단속을 요구하는 쪽과 생존권을 이유로 반대하는 상인 사이의 갈등은 결국 주차공간 부족에서 비롯된 문제다. 이런 곳에 새로운 문화시설 3곳이 들어서면 주차 수요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60면 추가한다지만 위치·일정은 비공개"

 

제천시 도시재생담당 팀장도 취재 통화에서 의림동의 주차난을 인정했다.

 

담당 팀장은 사업카드상 주차 대수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맞다”며 “현장을 보니 주차 대수가 너무 부족했다”고 말했다. 시는 이에 따라 도시재생 거점시설과 별개로 인근에 약 60면 규모의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림동과 청전동 도시재생활성화지역의 빈집을 매입·철거해 소규모 주차장으로 조성하는 방안도 다른 부서 사업과 연계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체류형 관광 인프라로 계획했던 쉐어하우스 2곳도 폐지하고 주차장과 노후주택 정비사업으로 변경해 국토부 승인을 받았다는 것이 담당 팀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2026년 9월 작성된 사업카드에는 여전히 사업비 12억2700만 원의 쉐어하우스 2곳이 ‘공사 중’으로 기재돼 있어 공식 자료와 변경된 사업계획이 일치하지 않는다.

 

 

문제는 추가 주차장의 위치와 부지, 사업비, 조성 시기와 정확한 면수가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담당 팀장은 약 60면 확보를 계획하고 있지만 현 단계에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60면이 언제 어디에 만들어질지 알 수 없다면 현재로서는 확정된 주차대책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시설과 거리가 멀거나 여러 골목에 흩어진 소규모 주차장이라면 거점시설 방문객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약 60면이라는 숫자의 산정 근거도 확인되지 않았다. 세 시설의 예상 이용객과 상근 인원, 동시 행사 때 발생할 차량 수요, 기존 주민과 상인의 주차 수요를 종합한 조사 결과가 제시돼야 대책의 실효성을 판단할 수 있다.

 

"차로 연결하는 재생은 한계"

 

주차장을 늘리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아트뮤지엄과 콘텐츠 창작소, 미디어내일센터를 비롯한 도시재생시설과 터미널, 예술의전당 일대를 모두 차량으로 이동하도록 만드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방문객이 시설 하나를 이용한 뒤 다시 차량에 올라타 다른 시설로 이동하면 골목과 도로의 혼잡은 반복된다. 주차공간을 계속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원도심의 좁은 도로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

 

 

차량은 한곳에 세우고 사람이 걸어서 시설과 상가를 오갈 수 있도록 보행 동선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방문객이 골목 안 식당과 카페, 소매점을 자연스럽게 이용하고 도시재생의 효과가 주변 상권으로 퍼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보행로의 안전과 청결, 야간 조명, 안내체계, 휴게시설이 함께 개선돼야 한다. 걷고 싶은 골목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새 건물은 주변 상권과 연결되지 않은 섬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벽화 옆에 폐가구, 보행로에는 쓰레기봉투"

 

지난 11일 의림동과 터미널 주변 골목을 확인한 결과 생활환경은 도시재생이라는 이름과 거리가 있었다.

 

명륜로13길의 한 골목에는 해체된 장롱과 서랍장, 목재판, 종이상자와 쓰레기봉투가 문을 닫은 상가 앞에 길게 쌓여 있었다. 좁은 골목 한쪽을 폐가구가 차지했고 맞은편과 안쪽에는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골목 담장과 전봇대에는 꽃 그림이 그려져 있었지만 바로 옆에는 폐가구와 생활쓰레기가 방치돼 있었다. 골목 미화를 위해 그린 벽화와 실제 생활환경이 서로 다른 모습을 드러냈다.

 

 

대로변 보도에도 파란색과 분홍색 쓰레기봉투, 스티로폼 상자와 폐기물이 가로등 주변에 모여 있었다. 일부 쓰레기는 보행 공간까지 차지했다. 터미널에서 내려 도심으로 이동하는 외지 방문객이 마주할 수 있는 풍경이다.

 

쓰레기가 특정 장소에 반복해서 쌓인다는 것은 단순히 시민의식 문제로만 돌리기 어렵다. 배출장소와 수거시간, 폐기물 분리배출 안내, 상가와 주택이 섞인 지역의 수거체계가 현장 여건과 맞는지 살펴봐야 한다.

 

제천시 담당 팀장은 상습적인 쓰레기 적치 장소를 개선하는 내용이 현재 도시재생사업에 포함돼 있느냐는 질문에 “그 내용은 지금 없다”고 답했다. 이어 미디어특화가로 설계용역 과정에서 해당 문제를 검토해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수백억 원 규모의 도시재생 계획을 수립하면서도 주민과 보행자가 매일 마주하는 쓰레기 적치 문제는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큰 건물보다 먼저 살펴야 할 골목"

 

의림동 도시재생사업에는 아트뮤지엄과 콘텐츠 창작소, 미디어내일센터라는 큰 선물 3개가 들어온다. 그러나 포장지가 아무리 화려해도 선물을 받쳐놓을 골목이 쓰레기와 차량으로 막혀 있다면 도시 전체의 인상을 바꾸기 어렵다.

 

외지 방문객에게 제천의 첫인상을 남기는 것은 건물의 조감도가 아니다. 터미널에서 내려 처음 걷는 보도와 골목, 주차장을 찾아 헤매며 바라보는 거리, 상가 앞에 쌓인 쓰레기와 폐가구가 도시의 실제 얼굴이다.

 

 

481억 원짜리 도시재생이 성공하려면 건물을 세우는 것만큼 건물 사이를 연결하는 골목을 살려야 한다. 상습 쓰레기 적치 장소를 정비하고 적정한 배출·수거체계를 마련하는 일, 불법주정차와 상가 주차 문제를 함께 풀어낼 공간을 확보하는 일, 누구나 안전하고 쾌적하게 걸을 수 있는 보행로를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수백억 원을 투입한 문화시설이 도시재생의 상징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주민의 삶과 방문객의 동선을 바꾸는 것은 거대한 조감도가 아니라 골목 구석구석을 채우는 생활SOC다.

 

건물만 새것으로 바뀌고 골목이 지금 모습 그대로 남는다면 의림동 도시재생은 도시를 되살린 사업이 아니라, 쇠퇴한 동네에 새 건물 세 채를 남긴 사업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