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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석 칼럼] 검찰국가의 한계와 우리의 책임

‘검찰국가’라는 구조가 가진 가장 큰 문제는 권력의 집중이다. 검사 출신들이 주요 직책을 독식하게 되면 다양한 목소리와 전문성이 배제될 위험이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핵심인 다양성과 협력의 원칙을 약화시킨다. 더구나 검찰의 권력 집중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훼손하며, 공권력 남용의 위험성을 높인다. 그러나 이 상황에 대한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 한 사람에게만 돌릴 수 없다. 그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은 우리 국민이며, 검사 출신들에게 국가 운영의 중책을 맡긴 것도 우리의 선택이었다. 이는 동서고금에 유례가 없는 정치 실험이다. 우리는 지금 그 실험의 결과를 목격하고 있다.

 

 

정치와 법의 분리

 

정치의 본질을 되찾아야 한다. 정치란 무엇인가? 이는 국민의 삶을 직접 개선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정책을 수립하며, 사회 전반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활동이다. 정치의 본질은 복잡한 사회 문제를 풀어가고,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며,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있다. 따라서 정치를 전문적으로 이해하고 경험이 풍부한 정치인이 맡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그러나 최근 한국 정치의 한 단면을 보면, 법조계 출신, 특히 검사 출신 인사들이 정계에 입문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검찰에서 쌓은 법적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법과 정의를 외치며 정치에 참여한다. 그러나 이들이 과연 정치의 본질에 맞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치는 법 집행 이상의 복합적이고 포괄적인 전문성이 요구된다.

 

정치인의 본질은 무엇인가?

 

정치인이란 법조인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 법조인은 법을 집행하고, 법적 분쟁을 해결하며,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주된 임무다. 반면 정치인은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경제, 외교,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 법적 정의를 넘어선 사회적 정의, 경제적 형평성, 문화적 다양성 등을 고민하고 조율하는 능력이 정치인에게 요구된다. 특히 정치는 경험이 중요하다. 오랜 시간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계층의 요구를 듣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복잡한 입법 과정을 거쳐 사회의 방향을 설계하는 경험은 정치인의 필수 요소다. 정치학이나 경제학 등 관련 학문을 통해 국가 경영과 정책 수립의 기본기를 다지는 것도 중요하다.

 

법조인의 정치 참여, 문제는 없는가?

 

법조계 출신, 특히 검사 출신 인사들이 정계에 진출하면서 나타나는 문제는 정치의 본질을 왜곡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검사는 법을 집행하며 범죄를 다루는 데 익숙한 직업이다. 이들은 사건을 ‘유죄냐 무죄냐’로 판단하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를 다루는 정치 영역에서는 부적합할 수 있다. 정치에서는 이해관계가 얽힌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상과 타협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법조인 출신 정치인의 증가는 국가 권력의 분립 원칙을 약화시킬 우려를 낳는다.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의 권한이 균형을 이루며 서로를 견제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근본 원칙이다. 그러나 사법부 출신 인사가 정치권으로 진출해 권력을 갖게 될 경우, 권력의 균형이 깨질 가능성이 있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책임

 

결국, 정치 구조를 바꾸는 데 가장 큰 책임은 국민에게 있다. 검사 출신 인사들이 정치에 입문하게 된 배경에는 국민의 선택이 있다. 국민이 특정 직업군이나 인물의 이미지만을 보고 정치적 능력을 판단하거나, 감정적인 선택을 하면 그 결과는 고스란히 국가의 운영에 영향을 미친다. 정치인은 단순히 개인의 도덕성과 전문성을 넘어서,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종합적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앞으로의 과제

 

이제 우리는 이 실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국가를 이끄는 리더는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넘어서는 통찰과 비전을 가져야 한다.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지도자들이 함께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검찰 출신을 배제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특정 직군이 과도하게 권력을 독점하는 구조를 벗어나야 한다는 뜻이다.‘검찰국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정치와 사회를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있다. 이 실험의 결과가 실패로 끝난다면, 우리는 그 책임을 돌아보며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래를 과거에 매몰된 손이 아닌 새로운 비전을 가진 손에 맡겨야 한다.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겨야 한다

 

정치는 정치인의 영역이다. 법조계는 법조인에게 맡기고, 정치는 정치적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이들이 맡아야 한다. 정치학과 경제학을 통해 이론을 익히고, 현장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으로 연결해 본 경험이 쌓인 정치인이 국가를 이끄는 것이 당연하다. 법조인은 법의 집행과 정의의 수호라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함으로써, 정치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면 된다. 정치와 법의 역할은 명확히 분리되어야 한다. 정치의 본질을 되찾고, 국가 운영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성숙한 판단과 올바른 선택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정치를 단순히 인물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국가의 방향과 미래를 설계하는 중요한 활동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이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