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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서인석 칼럼] 사라진 바늘 소리, 남겨진 옷의 가치

한때 한국의 골목마다 울려 퍼지던 소리가 있었다. 재봉틀이 돌아가는 경쾌한 리듬, 천을 재단하는 가위의 날카로운 숨결, 그리고 한 땀 한 땀 정성을 담던 손끝의 온기. 1980년대의 한국은 ‘의류 봉제 강국’이라 불릴 만큼 수많은 봉제 공장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고, 그 속에서 만들어진 옷들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삶의 흔적이자 기술의 집약체였다. 그러나 시간은 방향을 바꾸었다. 경제가 성장하고 임금이 오르면서 기업들은 더 낮은 비용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국, 베트남, 방글라데시. 값싼 노동력이 있는 곳으로 공장은 하나둘씩 이전되었고, 결국 한국의 봉제 산업은 점점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남겨진 것은 텅 빈 공장과 더 들리지 않는 바늘 소리뿐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산업 이동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품질’과 ‘정성’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의 이동도 함께 이루어졌다. 과거의 옷은 오래 입을 수 있었다. 실밥 하나, 단추 하나에도 쉽게 풀리지 않는 견고함이 있었고, 세련미가 있었고 또한 입을수록 몸에 익어가는 편안함이 있었다. 옷은 소비되는 물건이 아니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존재에 가까웠다. 반면 요즘의 옷은 빠르게 만들어지고, 빠르게 소비되고, 빠르게 버려진다. 디자인은 무슨 북한 옷처럼 멋이 없고, 70년대 옷처럼 멋을 잃어가고 있다. 가격은 낮아졌지만, 내구성 또한 함께 낮아졌다. 대량 생산의 효율 속에서 사람의 손이 지니던 세심함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물론 모든 변화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소비자에게는 다양한 선택과 저렴한 가격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과연 어떤 옷을 입고 있는가?” 단순히 몸을 가리는 천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길과 시간이 담긴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봉제 공장이 사라지며 함께 사라진 것은 기술만이 아니라 장인정신이었고, 그것은 쉽게 되돌릴 수 없는 가치이기도 하다. 한때 봉제 공장이 넘쳐났을 때는 한국 의류는 세련미가 있었고 보기가 좋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가치를 다시 바라보는 일일 것이다. 비록 공장의 숫자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국내에서 묵묵히 바늘을 잡은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옷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시간을 견디는 힘을 가진 이야기다. 어쩌면 우리는 다시 묻게 될지도 모른다. 조금 더 비싸더라도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값싸고 빠르게 소비되는 옷을 계속 선택할 것인지. 수입에만 의존하는 기업들, 인건비 싸다고 모든 기업이 동남 아시아로 눈을 돌린다면 코리아의 K 마크는 영원히 사라지고 수입에만 의존하는 국가로 전락할 것이다. 품질 좋은 의류, 디자인 면에서도 돋보이는 옷들, 그런 옷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70대~90대까지만 해도 이곳저곳 골목길에 들어서면 미싱 돌아가는 소리가 정겨웠는데 이제는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과거 미싱사, 재단사들이 넘쳐났는데 이제는 먼 뒤안길로 사라졌다. 옛 과거의 위대한 기술력을 버리고 인건비가 싸다는 명목으로 수입에만 의존한다면 언젠가는 후회하고 되돌릴 수 없는 시대로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입고 있는 옷들이 한국인의 손으로 만들어지고 K 마크 옷으로 재탄생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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