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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은 소리] 세상이 달라지면 헌법도 바뀌어야

 

민주화의 상징인 '1987년 헌법'이 시행된 지 40년이 다 돼간다.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높아지고, 국민의 민주적 역량이 성숙한 오늘의 대한민국 현실에서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추구했던 장기 집권 우려는 사라졌다고 하겠다. 오히려 '제왕적 대통령제'가 초래하는 승자 독식 등 적잖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시대정신과 국제정세가 변하면 대한민국 헌법인들 불변일 수는 없다.

 

권력 분산과 국민 통합 위한 개헌 필요성

 

중국 전국시대 법가(法家)의 집대성자이자 통치술·제왕학의 창시자인 '한비자'의 말은 상징적이다. "세상이 달라지면 만사가 달라진다(世異則事異)"

 

그렇다. 세상의 흐름이, 생각의 틀이, 문화가 달라지면 만사가 바뀌게 마련이다. '성인(聖人)도 시속(時俗)을 따른다'는 속담도 이를 방증한다고 하겠다. 시대정신이든 시대상이든 변하는 현실을 거역할 수 없다는 의미다.

 

개헌이 다시 화두가 되고 있다. 정당과 정파별 유불리를 떠나 승자 독식의 위험을 제거하고 국민주권으로 가기 위해 권력 분산과 국민 통합을 위한 협치를 실효적으로 제도화하는 개헌 필요성은 작지 않다. 사실 현행 헌법은 산업화 시절인 국민소득 3000달러 시대에 만들어져 오늘날의 시대정신과 사회의 변화를 담지 못하고 있다.

 

헌법은 국가의 통치 조직과 통치 작용의 기본원리 및 국민 기본권을 보장하는 근본 규범이다. 한 국가 구조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본다면 헌법이란 국가 기본법으로서 국가의 구성·조직·작용과 기본권 보장에 관한 기본적 원칙을 규정한 근본법이며 최고의 수권법이라고 할 수 있다.

 

1789년 프랑스 인권선언 제16조에 “권리의 보장이 확보되지 않고 권력분립이 되어 있지 아니한 모든 사회는 헌법을 가졌다고 할 수 없다.”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기본권 보장과 권력분립은 헌법의 불가결한 내용이다.

 

이런 측면에서 개헌 당위성이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중앙집권적 정치체제, 소선거구제 등으로 인해 극단적인 정쟁이 일상화돼 정치혐오가 극단에 이르렀다. 개헌을 통해 정부와 국회, 여당과 야당, 다수당과 소수당이 견제와 균형, 대화와 소통을 통해 분권과 협치를 제도화하는 틀을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분권형 권력 구조가 포함된 개헌을 진정성 있게 추진하는 게 온당하다. 대통령 권력의 분산을 위한 책임총리제와 국회 권력 내부 분산을 위한 양원제 도입, 지방분권 균형발전 강화, 비상계엄 요건 강화는 시대적 요청이다. 여기에 부마 민주항쟁·5·18민주화운동 이념의 헌법 전문 명시, 지역 균형발전 명문화 등을 포함한 합의 가능한 수준의 개헌안을 마련해 국회의원 공동발의로 개헌 절차에 들어가는 게 순리라고 하겠다.

 

물론 개헌은 신중해야 한다. 개헌을 통해 정부와 국회, 여당과 야당, 다수당과 소수당이 견제와 균형, 대화와 소통을 통해 분권과 협치를 제도화하는 선진국형 틀을 구축해야 한다.

 

국회 개헌특위 중심 ‘여야 합의’ 마땅

 

또한 ‘정권 견제’를 위해 만들어진 헌법 아래에서 대결의 정치로 세월을 보내는 동안 한국은 저성장·양극화, 저출산·고령화의 구조적 문제에 직면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먼저 이끄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를 뒷받침하는 법적 뒷받침도 긴요하다. 대통령 임기(5년)와 국회의원 임기(4년)가 다르기에 불규칙하게 대선·지방선거·총선이 치러지는 ‘이격 현상’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개헌이 필요하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동시에 실시하고, 중간평가 성격의 총선을 그 사이에 배치하는 등 게 바람직하다.

 

정치권은 대한민국의 50년, 100년 미래를 이끌어 나갈 미래지향적인 헌법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는 역사적 사명감을 지녀야 한다. 오해와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 내 개헌특위를 다시 만들지 말고, 국회 개헌특위가 중심이 돼 ‘여야 합의’로 개헌을 끌어내는 게 바람직하다.

 

한비자의 충고를 보자. 그는 '법을 제정해 백성들의 기준을 마련해줘야 한다(立法設數)'고 전제한 뒤 "법과 술을 온전히 갖추지 못하고 어찌 정치가 이뤄지길 바라느냐(法術非全何可政)"며 "(시대에 맞는) 균형을 헤아려 법을 만들고 백성을 바르게 인도해야 한다(量衡設法率民萌)"고 강조했다. 2200여 년이 지났지만 탁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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