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칼럼] 제천시, 청풍호에 봄이 오면
휘황찬란한 도심의 거리가 아니더라도, 값비싼 향수 내음이 아니더라도, 최고의 정형 술로 위장한 얼굴이 아니더라도, 질식할 것 같이 덕지덕지 바른 화장품 속 숨겨진 얼굴이 아니더라도, 호반 춘풍에 흩어진 머리카락 날리며 검게 그을려 찐한 너의 얼굴이 그립다. 그리움이 철령을 넘지만, 그냥 그렇게 부러진 나무토막 위에 걸터앉아 곡조 없는 콧노래로 흥얼거리고 싶은 충동이 가슴을 방망이질한다. 물이 많이 고여 있는 곳은 호수 아니면 강이 아니 드냐 나무가 많은 곳은 산속이 아니면 숲속일 것이고, 인간사 새옹지마라고 살아보면 알 수 있다. 재임 중 외국 여행하며 왕실마차에 몸 싣고 목 부러질까 봐 움직이지 않고 말발굽 소리 장단 맞춰 보름달처럼 둥글게 맞춘 성형 눈알 굴러 본들 무슨 소용 있으랴, 죽어서 내 한 몸 묻힐 곳 없어 허공을 맴도는 영혼을 베개 삼아 이산 저산 굴러다니는데 권력이면 무엇하며 양귀비면 무엇 하랴, 어리석은 인생은 얼음 더미 위에 앉아서 부채질하며 선풍기 찾는다더라만,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여정(餘情)이 생각나는 것이 삶이라면 인생 탐욕스러움은 태산이 낮아 보인다. 멀리 못가고 겨우 경남 어느 시골에서 책 가게 하는 신세인데, 임기 동안
- 김병호 논설주간
- 2024-01-06 1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