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시급하다. 경제의 실핏줄 같은 중소기업이 위기인 것이다. 글로벌시대에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 육성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활로를 여는 데 시급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기업인들이 실의에 빠져 있다.
99%가 중소기업…주로 지방에 소재
우리나라는 전체 기업 숫자의 99%가 중소기업이다. 얼추 300만 개 정도의 중소기업이 있다. 주로 지방에 소재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근로자 수는 전체 근로자의 88% 정도다. 나머지 12%는 대기업 근로자 수다. 그래서 흔히들 중소기업을 ‘9988’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중소기업을 돕겠다며 전용 매장을 열었지만 제품이 팔리지 않으면서 줄줄이 매장을 접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쓸만한 인재 구하기가 힘들다. 중소기업 A사는 수년째 상시 채용을 하고 있다. 직원을 새로 뽑는 족족 1~2년 뒤 규모가 큰 기업으로 이직해 만성적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근무 환경은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성장 발판을 마련하려면 정부가 나서서 제도적으로 근로자가 일하고 싶은 환경을 조성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
중소기업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임금이다. 2024년 30대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551만 원으로 같은 세대 중소기업 근로자(310만원)의 약 1.8배였다. 설상가상 갈수록 채산성이 어려워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는 등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3고(高) 복합위기로 존폐 위기에 놓인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
특히 빚으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이 늘면서 우리 경제의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0 미만인 기업으로,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기업을 말한다. 한국은행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계기업 비중이 2024년 15%로 201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의 ‘중소기업 대출 현황과 비중 변화’ 자료 또한 한계기업의 어려운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이 중소기업 가운데 한계기업으로 분류된 기업에 빌려준 금액은 상반기 동안 1조7000억 원 늘었다. 지난해 말 21조6000억 원 규모였던 것이 올 6월 말 23조3000억 원으로 커졌다.
원자재값 급증에 금융비용 등 이·삼중 고충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보다 폭넓은 지원이 필요함을 말해주고 있다. 경제 위기가 가중될수록 가장 먼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곳은 부실 위험을 마주한 중소 한계기업이기 때문이다.
가계부채와 마찬가지로 기업부채도 양적 관리뿐만 아니라 질적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한계기업이 우리 경제의 화약고가 되지 않도록 별도의 채무관리방안을 수립해 철저히 관리하길 촉구한다. 국난적 경제불황기에 한계기업의 증가는 여타 중소기업 경영에도 경고등이 켜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앙정부와 국회, 지자체 등이 힘써야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면서도 고용 비율이 높은 중소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시급히 마련돼야겠다.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 육성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활로를 여는 데 시급한 일이다. 물론 경제·사회 구조를 변화시키려면 기득권층과 이해 관계자의 저항의 벽을 넘어야 한다. 지도자의 철학과 강한 리더십이 요청된다.
‘논어’에 있는 공자의 경제관을 보자. 자화가 공자의 심부름으로 제나라에 가게 됐다. 그때 염자가 자화의 노모에게 곡식을 보내줄 것을 요청하자 공자가 이렇게 말했다. “여섯 말 넉 되를 갖다 드리도록 하거라.”그러자 염유가 그건 너무 적지 않으냐며 더 주기를 청했다. “그러면 열여섯 말을 드리도록 하거라.” 그러나 염유는 공자의 말을 어기고 80섬의 곡식을 주었다.
이를 보고 공자가 말했다. 자화가 제나라에 갈 때 살찐 말을 타고 호사스러운 털가죽을 입고 떠났다고 한다. 그것으로 보아 그는 결코 가난한 게 아니다. 군자란 빈곤한 사람은 도와주지만, 넉넉한 이에게는 더해주지 않는 법이다(赤之適齊也 乘肥馬 衣輕裘 吾聞之也 君子 周急 不繼富).”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해선 중앙정부와 국회, 지자체 등이 힘써야 한다. 기업회생 지원정책으로 중소기업이 살아야 대기업도 살 수 있음을 직시하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