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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는 청렴·공정한 조직으로 재탄생해야

‘전관예우’로 부실아파트, 현역은 신도시 투기
검·경, 부패 척결해 새 공기업 모델 확립해야

LH사옥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청렴·공정한 조직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LH 직원 출신들의 전관예우로 부실 아파트가 속출하고, 현역들은 업무상 알게 된 개발 정보를 이용해 신도시 투기 의혹으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몰린 현재 LH의 위기상황을 조기에 극복하고, LH를 국민 눈높이에 맞는 투명하고 효율성 높은 공기업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LH가 지은 전국 15개 아파트 단지에서 인천 검단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철근 누락이 확인됐다. 국토교통부가 4월 발생한 사고를 계기로 전국에 건설 중이거나 입주한 LH 단지 가운데 사고 아파트와 같은 구조로 시공한 단지를 점검해 발표한 결과다. 5개 단지에서는 아파트 공사가 끝났고 주민 입주까지 마쳤다고 한다. 검단 아파트와 같은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으니 입주민 불안이 얼마나 클 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문제의 아파트들은 기둥과 기둥 사이에 보를 설치하지 않고 기둥만으로 상판을 지지하는 무량판 구조다. 기둥이 상판 무게를 견디도록 전단보강근(철근)을 설치해야 한다. 그런데 구조계산을 제대로 하지 않아 13㎜짜리 철근을 써야 할 곳에 10㎜짜리를 썼거나 구조계산은 제대로 했는데 설계 도면에 전단 보강근 표기를 빠뜨렸다고 한다. 시공 과정에서 작업 숙련도가 떨어져 공사가 부실한 경우도 있다. 설계·시공·감리 모두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니 이런 총체적인 안전 불감증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LH 공공주택의 지하주차장 철근 누락 사태를 ‘이권 카르텔’로 규정했듯 LH 출신 임직원들이 퇴직 후 전관예우를 받으면서 부실공사의 ‘주역’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현실이다. LH의 전관예우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작년 국정감사에선 LH가 최근 7년간(2016년~2022년 6월 말 기준) 2급 이상 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와 8051억원(150건)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음이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기도 했다. 2급 이상 퇴직자는 2021년 6월 혁신방안을 통해 LH가 재취업 제한 기준을 높인 직급이다.

 

현 이한준 사장 역시 취임 직후인 작년 12월 “각종 용역 계약상의 전관예우를 전면 차단하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의지가 무색하게도 이번에 부실시공이 드러난 15개 LH 공공아파트 단지 중 8개 단지의 감리 업체는 LH 퇴직 직원이 재취업한 ‘전관 업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3개 단지 감리를 담당한 한 업체에 LH는 최근 5년 동안 730억원이 넘는 계약을 몰아주기도 했다. ‘짬짜미 계약’인 것이다.

 

사실 매년 LH 직원 수백명씩 퇴직을 하는데 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이 건설사·설계사·감리사 등밖에 없기에 전관예우는 나오게 돼있는 구조를 띠고 있다. 전관예우가 여전히 매우 보편화돼있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LH 발주 공사의 설계 공모에서 당선되면 설계 디자인 뿐 아니라 구조·기계·전기 분야도 외주를 줘야 하는데, 이 같은 외주업체들이 다 LH 출신들이 가있는 전관업체들이기에 당선 업체가 만약 전관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에 외주를 주면 LH가 재설계를 요구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LH 사태는 정부가 공공부문 확대의 논거로 내세운 ‘공공성’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만들고 있다. LH 사태는 경제가 어려웠던 시절에 주로 발생했던 생계형 부패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희소한 권력과 정보를 악용한 권력형 부패로서 개인적인 이익을 편취한 사기형 부패이다. 검찰과 경찰 등 사법기관은 이 같은 부패를 척결해 새로운 공기업 모델을 확립하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