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중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영양군은 인구 약 1만 5천 명 내외로 군 단위 인구밀도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도시다. 국보 187호로 지정된 영양 산해리 오층모전석탑은 영양군 입암면 산해2리 봉감 마을에 자리 잡았다. 이런 이유로 마을 이름을 따 ‘봉감탑’이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기자가 다녀온 경로는 자동차로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국도 34호선 임하댐 방면을 이용했는데 최근 완공된 임하댐 수상태양광 발전단지가 눈길을 끌었다. 이 단지를 알아보니 47.2MW 발전량으로 약 2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임하댐 수면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운영한다고 한다.
안동을 지나 영양에 진입하니 오가는 차량과 인적이 확 줄었다. 이곳이 ‘오지’ 임을 피부도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국보’로 지정될 정도의 문화재라면 주변에는 관광 시설이나 적어도 ‘가든’ 같은 식당이라도 자주 눈에 띄곤 하는데 이곳 주변은 온통 산과 농지뿐이었다.
목적지에 가까워졌다는 길 안내를 확인했지만, 국보로 향하는 표지판과 작은 마을만 있을 뿐 주변은 평범한 농촌 마을이었다. 오래된 관광지를 상상했지만, 완전히 빗나갔다. 좁은 마을 입구 도로를 따라 마을 안쪽 깊숙이 들어가니 들판에 덩그러니 서 있는 오층모전석탑이 보였다.
마치 숨겨놓은 보물을 찾은 기분이 들었다. 석탑을 중심으로 병풍처럼 둘러싼 산과 아래쪽에는 반변천이 흐르고 있었다. 통일 신라 말기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탑의 모습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보존상태가 우수했다.


석재를 가공해 마치 벽돌처럼 쌓아 올린 듯한 모전석탑(模塼石塔)의 아름다움을 너무나 잘 보전하고 있었다. 석탑 주변에 문화재 발굴 현장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나온 기와 조각 등으로 짐작해 보면 과거 일대가 절터임을 알 수가 있다고 전해졌다.
국가유산청 자료를 보면 석탑 1단 기단(基壇) 위에 5층의 탑신(塔身)을 올렸고. 기단은 흙과 돌을 섞어 낮게 바닥을 깔고, 10여 개의 길고 큰 돌을 짜서 쌓았다. 그 위의 탑신은 몸돌과 지붕돌 모두 벽돌 모양의 돌로 쌓았다. 1층 몸돌에는 불상을 모시는 방인 감실(龕室)을 두었는데, 감실 양쪽에 둔 2개의 화강암 기둥과 이 맛 돌의 섬세한 조각이 장식적인 효과를 더해주고 있다. 2층 이상의 몸돌은 독특하게도 중간 정도의 높이마다 돌을 돌출되게 내밀어 띠를 이루고 있다. 지붕돌은 전탑의 양식에 따라 아래 윗면 모두 계단 모양의 층을 이루고 있으며, 처마의 너비는 좁아져 있다고 설명했다.
인적이 드물어 이렇게 보전이 잘돼 있는 것일까? 천년 신라의 숨결이 느껴지는 장엄한 석탑을 이렇게 조용히 감상할 수 있는 것이 너무 좋았다. 이곳 말고도 국보로 지정된 문화재가 경상북도에는 즐비하다. ‘안동 법흥사지 칠층전탑’,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석등’, ‘의성 탑리리 오층석탑’, ‘봉화 북지리 마애여래좌상’ 등이 모두 국보 문화재이다. 평소 불교 문화에 관심이 많다면 이곳들을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천년 신라의 역사는 경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숨은 ‘국보’를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