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은 신성함과 존엄성을 지닌다. 모든 사람은 노동을 통해서 자기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을 수 있고 더 큰 행복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일을 통해 성과의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보람을 맛본다는 사실이다. 국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 나라가 잘살려면 국민이 열심히 일해 생산성을 늘리고 수출 증대 등 더 큰 성취를 쌓아야만 가능하다. 국민일체감도 가능해진다. 이처럼 노동이란 개인이나 가정, 공동체에 행복을 낳는 원천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노동은 인간 생활의 가장 소중한 가치로 인식됐다.
중국 당나라의 백장 회해선사(百丈 懷海禪師)는 "하루 일하지 않으면 그날은 먹지 않는다( 一日不作 一日不食)"고 설하고 이를 솔선수범했다. 백장선사는 90세의 노구에도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수행하는 등 다른 대중과 함께 운력에 참여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제자가 백장스님이 사용하던 농기구를 모두 감추었다. 그러자 스님은 그날 방에서 나오지 않고, 식사도 하지 않았다. 제자들이 이유를 묻자 답한 말이 "내가 아무런 덕도 없는데 어찌 남들만 수고롭게 하겠는가?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
노동의 가치는 시대를 뛰어넘어 인간 사회엔 필수 불가결하다. 역대 정부마다 일자리 마련을 정책의 주안점으로 둔 이유이기도 하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고용 사각지대가 드러나 시급한 해결 과제로 제기됐다. 21세기는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시대다. AI는 단순히 기술적 혁신을 넘어 고용과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면서, 기존 질서를 재편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상상할 수 없는 속도다. 한데 AI로 인한 노동시장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15세 이상 취업자가 지난달 2798만6000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10만8000명 증가에 그쳤다. 2024년 12월(-5만2000명)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작은 증가 폭이다. 특히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에서 9만8000명 줄어 2013년 산업 분류 개편 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게 눈에 띈다.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 서비스업에서 ‘AI 비서’로 불리는 AI 에이전트를 도입한 여파로 신입 채용이 둔화한 결과가 아닌지 우려된다.
한국은행은 ‘AI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를 통해 AI 대체 위험이 큰 직업군이 고학력·고소득 전문직에 집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오랜 교육 과정을 거치며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토대로 논리적 추론을 하거나 관련 문서와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이런 일은 AI가 인간보다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 피지컬 AI도 인간의 경쟁 상대로 떠올랐다. 피지컬 AI 로봇 ‘아틀라스’ 공개에 현대차 노조가 “노사 합의 없이 단 1대도 생산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고 쌍지팡이를 들고 나선 데서 알 수 있다.
21세기는 AI가 주도하는 시대다. AI는 단순히 기술적 혁신을 넘어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면서, 글로벌 질서를 재편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상상할 수 없는 속도다.
정부와 산업계는 AI 분야의 인재 양성과 교육 시스템을 재정비해서 기존 노동자의 재교육 및 청년의 고용이 발 빠르게 이뤄지게 해야 한다. AI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로, 이를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는 인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은 여전히 AI와 같은 신기술 분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이공계 기피 현상과 의치한 쏠림으로 인해, 유일하게 세계 1등을 유지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조차도 인재 부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AI 인재 양성은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AI·반도체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한 혁신적인 교육 모델도 없다. 수학, 통계, 컴퓨터 과학 등의 기초 학문에 대한 교육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고 있고,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도 부족하다.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학문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AI와 같은 신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크게 부족하다. 기술인재 양성을 대학이 주도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KAIST, 서울대 등 일부 기관에서 AI 인재를 양성하고 있지만 이들이 해외로 유출되거나 국내 산업계로 충분히 흡수되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AI 기술 개발만이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고용‧교육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AI 패권 경쟁은 반도체 패권 경쟁과 맞물려 있으며, 국가 차원의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전략하에 지원이 있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