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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호 칼럼] “개소리에 대하여 (on bullshit)”

저자 ‘해리 G, 프랭크 퍼트’ “개소리에 대하여” 저서를 지난주 정독하다 보니 저자 논지가 정치인들 개소리로 가슴에 와 닿는 부분이 많고, 지방정치꾼들의 ‘개소리’와 흡사해 몇 구절 소개하며, 개소리쟁이와 거짓말쟁이 사이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 등 마치 진실을 전달할 것처럼 헛소리하는 부분을 요약했다.

 

저서 중에 “역사상 가장 유명한 개소리는 환관 조고의 ‘지록위마(指鹿爲馬)’와 유사하다. 허수아비 황제 앞에서 사슴을 말이라고 우기는 실력자 조고의 개소리에 속은 사람은 없다. 개소리 힘에 굴복했을 뿐이다. 조고의 ‘지록위마’와 마찬가지로 진리에 대한 무관심의 수준을 넘어 진리에 대한 무시와 경멸을 보여주는 권력 행동이다.

 

이 권력형 개소리의 언어게임에서 사슴을 사슴이라고 진실을 말하는 자는 적이 되고, 사슴이 말이라고 거짓을 말하는 자가 동지가 되는 독특한 규칙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권력형 개소리에 대해 팩트 체크로 대응하는 것은 사실을 바로잡는 진리 주장이 아니라, 권력에 반대하는 정치 행동으로 간주 된다.

 

조고가 사슴을 사슴이라고 사실대로 말한 신하들을 제거했듯이 권력자가 말한 언론을 상대로 정치보복을 자행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따라서 팩트 체크를 권력형 개소리에 대한 해결책으로 보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며, 아직 이 언어게임의 규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것은 산업화된 개소리다.

 

자신이 하는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 별 관심 없이 아무 말이나 떠들어 대는 사람은 물론 진리의 권위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어떤 은밀한 목적을 가지고 겉으로는 입에 발린 소리를 하고 있다면 그런 경우는 더욱 말할 필요도 없겠다. 뿌리박힌 ‘인지편향’에 편승한 권력형 개소리가 정치 공간의 유력한 화법으로 영역을 넓혀 가는듯하다.

 

또한, 거짓말은 거짓임이 들통나면 커다란 비난이 쏟아지지만, 개소리에 대해서는 그저 어깨만 으쓱하고 지나칠 뿐이다. 거짓말이 실패하면 수치스럽고, 개소리는 실패하더라도 관용된다. 개소리에 대해서 정색하고 달려들면 웃자고 하는 소리에 죽자고 달려든다고 역공을 받는다. 개소리로 돌파할 수 있는 곳에서 굳이 거짓말할 필요가 없다.”

 

저자는 “협잡이야! 라고 말하는 것은 개소리야! 라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정중하고 덜 강렬하다”고 말한다. 협잡에 대한 설명은, 어떤 패러다임에 꽤 잘 들어맞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나는 그 설명이 적절하게 혹은 정확하게 개소리의 본질적 특성을 잡아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개소리하는 사람은 천성이 별생각이 없는 멍청이인가? 그의 생산물은 언제나 너절하고 조야 한가? ‘똥’이라는 말은 분명히 그렇다는 걸 암시한다. 대변은 설계되거나 수공예로 만드는 게 아니다. 그것은 그냥 싸거나 누는 것이다. 다소 엉겨 붙은 모양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공들여 만든 것은 아니다. 라고 ‘프랭크 퍼트’는 피력했다.

 

거짓말쟁이는 진릿값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거짓말이란 것을 지어내기 위해서 무엇이 진실인지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효과적인 거짓말을 지어내려면 자신의 허위를 그 진리의 위장 가면 아래에 설계해야 한다. 개소리해서 상황을 헤쳐 나가려고 기도하는 사람은 좀 더 많은 자유가 보장돼 있다.

 

개소리 (불쉿 bullshit), 비속어로 사전적 의미는 엉터리, 거짓말, 헛소리 등으로 번역된다. 지은이 ‘해리 G, 프랭크 퍼트’는 프린스턴대 철학과 명예교수이며, 유명한 도덕 철학자이다. 옮긴이 ‘이 윤’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워싱턴 주립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굿바이 카뮈’의 저자이고 그 외 다수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