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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대로 가면 전멸이다.

‘정치인’들의 싸움에 죽어나는 ‘국민’

인간 본성 중 정치와 사회운동을 추구하는 부류의 특징은 ‘공명심’을 기반에 둔 사고를 한다는 것이다. 공적을 쌓아 각자의 이념 논리 집단과 함께 공공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그럴싸한 계획을 통해 인간의 원초적인 사적 욕망을 채우는 사익(私益)추구 활동이 그 본질이라 생각한다.

 

공리(功利)란, 공적이 세상에 미치는 이익(利益)을 아우르는 말이다. 사회운동집단이나 보수나 진보 같은 정치이념집단의 한편에 서서 서로의 공리를 주장하는 활동도 인간의 사익에서 출발한다.

 

공명심에서 비롯한 정의로움은 그 입장에 선 지지자들은 열광하겠지만 자칫 한쪽이 여론전에서 밀리기라도 한다면 정의를 따져보기도 전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심판받아야 한다는 부작용을 만들기도 한다. 문재인의 적폐정산과 윤석열의 등장이 그 예다.

 

‘조은산’을 기억하는가? 지난 2020년 8월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에 조선시대 상소문 형식으로 ‘시무 7조’란 글을 올려 정치권의 큰 파문을 일으킨 인물이다. 당시 청원에 동의한 국민은 43만 명에 달했다. 이후 조은산의 행보는 보수 성향 언론의 논설위원으로 활동하는 모습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조은산의 공명심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를 기록하는 가운데 그 중 최악의 상황은 의사들과 싸우는 것이다.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자리를 떠난 지금 응급환자들은 소위 응급실 뺑뺑이를 돌고 있다. 얼마 전 심정지 여대생이 100미터 앞 응급실을 두고도 의사가 없어 뺑뺑이를 돌다 결국 사망했다. 지금 시국은 시무 70조를 갖다 붙여도 모자랄 지경이다.

 

명절 밥상머리 치솟는 물가에 넉넉함이 사라지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의 화두도 치솟는 물가 걱정과 맥빠진 시장경기상황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그러다 정치 얘기만 나왔다 하면 성향을 막론하고 각자 비난하기 일색이다. “정치하는 놈들은 전부 이기적이야. 각자 민심을 받든다 떠들지만, 자기들 싸움에 정신이 없고 국민은 죽어 나가도 모를 판”이라는 말이 결정적이다.

 

정치적 이익만 따라가니 국민의 원성을 듣는 것이다. 정부의 경제 낙관론도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고 있다. 국정브리핑에서 “우리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다”고 말한 것에 조선일보 사설에서는 “정부만 좋아진다고 하는 경제”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정치 성향을 막론하고 공리를 표방하는 정치인들의 명절 앞 속내는 뻔하다. 또한, 추종세력들의 목적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익숙하게 눈에 띄는 방식이지만 시민에게 주는 메세지도 감동도 없는 한심한 선택이었다. 현 시점에서 환하게 웃고 사진 찍는 모습은 시민들 가슴속에 ‘환장’을 일으키는 역효과만 보이고 있다. 

 

결국, 공리는 정치인들의 사익 충족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시국을 논하면서 거창한 헛소리를 외치는 것과 이념을 이용해 사람들 마음을 갈라치려는 시도와 겉으로 무엇을 위하는 척하지만 궁극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간신배의 행태로 기생하는 인간들의 속임수로 전락했다.

 

정치인이 되려는 앞길을 방해하거나 정치활동으로 생긴 앙금 따위의 감춰진 명분으로 소위 계파를 조성해 앞에서는 신사다운척 견제하며, 관련 기사라도 오르면 댓글이나 갈기고 그걸 교묘하게 이용하는 기회주의자 소인배들과 함께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한심한 폭로전까지 보여주는 수준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또한, 좀 오래 묵은 정치꾼은 조용히 뒤로 물러나 여우 짓에 재미를 보고 있고, 정치판에 기웃거리는 젊은 장사꾼은 세 치 혀를 놀리면서 재주를 피우는 모습도 가련하다. 네 편 내 편 따지는 정치 하는 순간 그들은 이미 망한 것이고, 발전은 없다. 모인 인물들도 모두 거기서 거기다. 각자의 이익과 생각만 앞세우는 자들이니 안타깝다.

 

“뭣이 중 헌디?”란 영화 대사가 떠오른다. 현혹되지 말라고 외치던 자들이 오늘 우리가 어렵게 살아가는 바로 이 상황을 만든 장본인들이다. 지키지도 못할 공약과 일단 되고 보자는 식의 무대책을 택한 우리의 책임에 누굴 원망하겠는가? 안타깝지만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내 가족이라도 잘 보살피는 것이 현시점을 살아가는 현명한 처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