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4 (월)

  • 흐림동두천 5.2℃
  • 흐림강릉 9.0℃
  • 서울 5.7℃
  • 대전 6.6℃
  • 대구 7.3℃
  • 흐림울산 10.3℃
  • 광주 8.5℃
  • 흐림부산 12.1℃
  • 흐림고창 6.2℃
  • 구름많음제주 14.3℃
  • 흐림강화 5.2℃
  • 흐림보은 6.1℃
  • 흐림금산 6.7℃
  • 흐림강진군 10.9℃
  • 흐림경주시 11.6℃
  • 구름많음거제 14.3℃
기상청 제공

[기자수첩] 그들의 일그러진 영웅

대통령 윤석열은 그가 가진 법률가로서의 존엄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내란의 우두머리로 적시된 체포영장을 절차상 불법이라며 경호처와 군을 동원해 집행을 막았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얼마 전까지 검찰총장을 지낸 사람이라고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행동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부터 그가 보여온 행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부정했으며 삼권분립을 철저히 짓밟았다. 그가 자랑하던 법률가로서의 소신은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며 체포되지 않기 위해 구질구질한 법 기술 따위를 펼치는 모습이 가련하기까지 하다.

 

비상계엄에 관여한 장성들이 내란 혐의로 줄줄이 구속되는 상황에서도 국군 통수권자인 윤석열은 정당한 통치행위였다는 해괴한 논리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국무위원 탄핵은 국헌문란이라며 “내가 오죽했으면 계엄을 했겠냐?”는 주장으로 합리화에 나섰고 나아가 직무 정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지지자들에게 ‘대통령의 편지’를 보내 또다시 내란 선동을 획책하고 있다.

 

내란의 우두머리로 적시된 법원의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모습을 온 국민이 지켜봤다. 그러나 무려 5시간가량 영장 집행을 방해한 대통령을 지켜본 국민은 또 한 번 분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 대선 후보 시절 한 TV 예능에 출연해 “국민 앞에 숨지 않겠다. 잘하든 잘못했든 국민 앞에 나서겠다.” 자신이 정치에 투신하면서 밝힌 소신 발언을 윤석열 자신이 모두 부정하고 있다.

 

자신이 짠 비상계엄의 판에서 거의 모든 장수를 잃고 사면초가에 빠진 윤석열은 경호처를 앞세워 처절한 몸부림을 펼치고 있다. 무장한 경호처 직원들은 국수본의 체포영장 집행을 온몸으로 막았다. 결국 공수처는 영장 집행을 포기했다.

 

체포영장 집행을 포기한 공수처의 판단을 이해할 수가 없다. 야당의 입법 폭거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사당에 무장한 군인을 강제로 침투시켜 내란수괴 혐의를 받은 피의자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는 경호처장과 수하들을 공무집행방해로 체포하지 않는 모습에 공수처 스스로 체포 의지가 없다는 ‘액션’을 취했다는 야권의 비판이 쏟아졌다. 

 

한순간에 한남동 관저는 윤석열의 ‘치외법권 지대’가 돼버렸다. 현 시각 한남동은 찬·반으로 나뉜 집회가 더욱 커졌다. 공수처의 선택이 사회적 갈등을 더욱 증폭시켰다. 이미 이 사건은 빠른 마무리가 필요한 이른바 ‘확신범’ 사건이다. 계엄을 사전에 준비한 정황과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고 그 정점에 있는 윤석열에 대한 조사가 마지막 퍼즐이었는데 신병확보 초입에서 체포를 포기한 공수처의 판단이 두고두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실패한 계엄에 대해 우두머리는 그 책임을 져야 자신을 따르던 수하들에게도 도리일 것이다. 각 진영의 주장을 차치하고 단순한 성공과 실패의 관점으로 봐도 윤석열 대통령의 행동은 참으로 비겁하기 짝이 없다. 살려고 허우적거리는 행동과 그 논리는 결국 최후의 순간에 불쏘시개가 되어 자신들에게 돌아올 것이다. 법치국가와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대한민국에서 전쟁을 제외한 그 어떤 상황에서도 군이 동원되는 무력이 국민을 향하는 것은 불법임이 명백하다.

 

윤석열이 주장한 사법 정의는 허상에 불과했다.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며 항쟁했던 이미지로 보수의 대통령이 됐지만, 그의 최후는 불법계엄의 폭동으로 몰락했고 난파선이 된 한남동 관저는 포위당했다. 이렇게 그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사라질 운명 앞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