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지방화는 시대 흐름이다. 지역 특성을 살린 상품과 문화를 글로벌 시장에 소개하고 판매하는 일이야말로 선진국형 지방 자치의 모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수도권 일극 체제로 인해 국토 균형 발전은커녕 ‘지역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수도권의 면적은 1만1856 km²로 대한민국 전체 면적의 11.8%를 차지하는데, 국내 총인구(5112만명)의 절반(51.6%)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있다. 인구 과밀화로 주택·교통·교육·의료·복지·문화·환경 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 ‘5극 3특’ 지역 육성책 추진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재명 정부는 ‘5극 3특’ 지역 육성책을 추진하고 있다. 수도권, 부산·울산·경남권, 대구·경북권, 충청권, 광주·전남권 등 행정 통합을 통한 5개의 발전 중심부, 전북·강원·제주 등 3개의 특별자치도를 고루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각 권역의 산업, 행정, 교육, 교통 거점을 강화하고 광역 교통망을 구축해 메가시티를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걸림돌이 적잖다. 광역자치단체 간 행정 통합이 입법과정에서 파행을 거듭하다 전남·광주 통합 특별법만 여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대구·경북(TK)과 대전·충남 통합법은 여야의 입장이 갈려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하면 광주·전남만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 특별시장을 뽑은 후 7월 특별시가 출범하게 된다.
여야 모두 책임이 적지 않다. 국민의힘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TK 통합법 의결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대전·충남 통합에 대한 당론까지 정해야 한다는 핑계로 거부했다. 대전·충남은 이재명 대통령이 통합추진 의사를 밝히기 전부터 국민의힘 소속 충남도지사와 대전시장이 통합을 선언했다. 해당 특별법안을 먼저 발의한 것도 국민의힘인데 지금은 반대로 돌아섰다. 충남·대전 통합은 시도지사와 시도의회까지 반대해 공론화와 숙의 과정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지역에서 반대한다면 졸속으로 추진할 일은 아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자유롭지 못하다. 민주당과 TK 통합법을 합의 처리하기로 했다가 별다른 이유 없이 통합을 기피하면서 시간을 끌었다. 그러다 지난달 24일 법사위에서 TK 통합법이 보류되고 지역 의원들이 반발하자 찬성 쪽으로 급선회했다. 여야 모두 당략적 셈법에 따라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것이다.
광역행정 통합에 대한 정부의 20조 원 재정 지원책은 올해 대구시 예산이 11조 7000억 원 수준을 고려할 때 큰 지원액이다. 인건비와 복지비를 빼면 실제로 지역 발전에 쓸 수 있는 돈은 많지 않다. 20조 원이면 지역 지도를 바꾸고 미래세대 먹거리를 통째로 만들 수 있고, 어려운 숙원 사업도 추진할 수 있다.
지방 균형의 필요조건인 행정 통합은 하나의 기준을 정해서 한꺼번에 추진해야 수도권 일극 체제를 대폭 완화하는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지방선거 셈법이 개입되면서 본래의 지방 균형 취지가 퇴색됐다. 대전·충남, 대구·경북은 물론 부산·울산·경남(부·울·경) 또한 통합을 실현해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고 국가 균형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역별 특성에 맞는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새로운 국토 운영 구상이다.
주민 중심 생활 자치로 패러다임 변화해야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실질적인 데드 라인을 3월 임시국회가 열리는 오는 12일로 상정하고 있는 만큼 실현에 힘쓰길 바란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전향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렇다고 ‘무늬만 통합’에 그쳐서는 안 된다. 여야는 머리를 맞대고 세수 이양과 자치 권한 확대가 담긴 합리적인 대안도 찾길 촉구한다.
21세기형 지방자치는 지역사회를 둘러싼 제반 환경 변화에 능동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곧 저출산·고령화, 생산인구 감소 등과 같은 인구적 문제, 도시 밀집과 농촌 과소의 공간적 문제 등은 30년 전과는 다른 지방자치의 모습이 필요하다. 기존의 단체와 제도 중심의 지방자치에서 주민 중심의 생활 자치로 패러다임의 변화에 두어져야 함은 자명하다. 뚜렷한 치적이나 발전 없이 주민의 세 부담만 증가, 구호만 무성한 지방자치를 쇄신하고, 주민과 지역을 위해 거듭나는 계기가 돼야 마땅하다. 시‧도 행정 통합은 그 기반을 다지는 일이다.


















